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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가격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

오늘주식 2026. 2. 23. 22:37

 

 

구조적인 공급 부족과 장기 생산 감소

은 가격에 가장 강력한 우상향 압력을 주는 요인은 이미 몇 년째 이어지는 ‘구조적 공급 부족’입니다. 실버 인스티튜트의 World Silver Survey 2025에 따르면, 2021~2024년 4년 동안 누적 공급 부족이 약 6억 7,800만 온스(약 10개월 치 글로벌 광산 생산량)에 달했고, 2024년 한 해만 해도 1억 4,890만 온스 적자가 났습니다. 2025년에도 역시 적자가 예상되며, 2021~2025년 누적 부족분은 8억 온스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여러 해 동안 ‘쓴 양이 캐낸 양보다 많은’ 상태가 누적되는 구조입니다.

 

공급 측도 장기적으로 밝지 않습니다. 리서치앤마켓의 “Silver Mining to 2030 (2025 Update)”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은 생산은 약 9억 4,400만 온스로 정점을 찍은 뒤 2030년까지 연평균 -0.9% 감소해 약 9억 100만 온스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이는 멕시코, 인도, 러시아, 볼리비아, 카자흐스탄, 페루 등 주요 산지의 광산 폐쇄와 매장량 고갈이 겹친 영향입니다. 게다가 은의 약 70% 이상이 금·구리·연·아연 등 다른 금속을 캐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와 은 가격만 오른다고 해서 쉽게 증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공급 제약과 장기 생산 감소 전망은, 수요만 조금만 견조하게 유지돼도 가격에는 위로의 압력이 쌓일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듭니다.

 

태양광·그린에너지 전환이 만들어내는 폭발적 수요

 

은은 태양광(Photovoltaic, PV) 셀의 전극·집전체 소재로 사용되는 핵심 금속입니다. 세계 태양광 설비가 급팽창하면서 PV 부문의 은 수요는 지난 10년 사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실버 인스티튜트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산업의 은 소비는 2015년 약 6,000만 온스에서 2024년 2억 3,200만 온스로, 약 289% 증가했습니다. 2023년 1억 9,350만 온스였던 PV용 은 수요는 2024년 2억 3,200만 온스로 다시 크게 늘어나 전체 은 수요의 약 16~19%를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럽 연구진이 2030년까지의 태양광·은 수요를 시뮬레이션한 연구에 따르면, 2030년 PV 부문은 연간 1만~1만4,000톤의 은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당시 예상되는 전체 공급(3만 4,000톤)의 29~41%에 이를 수 있다고 봅니다. 같은 연구는 2030년 전체 은 수요가 4만8,000~5만2,000톤인데 비해 공급은 3만4,000톤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즉,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태양광을 더 많이 설치할수록, 그 부작용으로 은 시장의 구조적 타이트닝은 심해지는 그림인 것입니다. 정책적으로 태양광 확대는 거스를 수 없고, 기술적으로는 은 사용량 절감·대체 연구가 진행 중이나, 그 속도가 설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가격은 올라서 수요 조절·대체재 개발을 강제로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전기차·전자·AI·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에서의 필수 소재화

은은 귀금속인 동시에, 전기·열 전도성이 가장 뛰어난 산업용 금속이기도 합니다. 실버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24년 산업용 은 수요는 6억 8,050만 온스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전체 은 소비의 약 59%가 산업용에서 나왔습니다. 2016년 4억 9,100만 온스 수준이던 산업 수요가 2025년에는 6억 7,700만 온스까지 약 38% 증가할 것으로도 추정됩니다. 이 성장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인 기술 트렌드 변화에서 기인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기차 배선·센서·전력 전자부품, 고속 통신망, 반도체 패키징, 5G 기지국,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시스템, AI 서버 등에서 은의 사용량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일부 차세대 배터리(예: 은-탄소 복합층을 사용한 전고체 배터리)나 무선 충전 코일에서도 은 수요 확대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특히 EV) 부문의 은 수요는 2025~2031년 연평균 3.4% 성장하고, 2031년에는 자동차용 은 수요의 59%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IT·그린 인프라·전기차가 모두 장기 성장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둔화로 일시적으로 산업 수요가 흔들리는 구간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은을 더 많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가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투자·헤지 수단으로서의 재부각과 금융 수요 확대

은은 금과 함께 전통적인 안전자산·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최근 몇 년 간 각국 정부 부채 급증, 지정학적 긴장, 통화 완화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 수단으로서 은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실물 은·코인 투자 수요는 미국, 인도, 독일, 호주 네 나라가 전 세계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적으로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2010~2024년 사이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누적 15억 온스가 넘는 실물 은을 매입했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한편 ETF·ETP 등 금융상품을 통한 은 투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2019년 이후 은 ETP 보유량은 약 130% 증가한 반면, 금 ETP는 50% 증가에 그쳤다는 분석이 있으며, 2025년 상반기에만 전 세계 은 ETP로 약 9,500만 온스의 순유입이 있었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ETP는 실제 실물을 창고에 묶어두는 구조가 많기 때문에 산업계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은 재고’를 줄이는 효과를 냅니다. 실버 인스티튜트와 여러 리포트는 이런 투자 수요와 산업 수요의 동시 확대가 최근 몇 년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의 핵심 요인이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투자 수요는 경기·심리에 민감해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리스크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인플레이션 우려·통화 불신·위기 국면이 반복될수록, 기존의 산업 수요 위에 ‘추가적인’ 투자 수요가 얹히며 가격이 과도하게 튀어오르는 구간이 다시 나올 소지가 크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구조적 공급 부족 상태에서 금융 수요가 덮치는 조합은, 역사적으로도 가격이 크게 급등하는 패턴을 여러 번 만들어 왔습니다.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 기준 상대 저평가와 레버리지 효과

마지막으로, ‘상대가치’ 관점에서 보면 은은 여전히 금에 비해 저평가 구간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은 금 1온스를 사는 데 필요한 은 온스 수를 의미하는데, 1900년 이후 장기 평균은 대략 50~60배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현대 금융시장(1975년 이후)만 놓고 보면 평균이 약 60~70배 정도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위기 당시 이 비율은 120배를 넘기도 했고, 2023~2025년에도 80~100배 사이에서 움직이는 등 장기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금에 비해 은이 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금-은 비율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한 뒤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평균 수준(예: 60~70배) 쪽으로 되돌아가는(mean reversion) 경향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만약 앞으로도 금이 인플레이션·안전자산 수요 덕분에 우상향하고, 동시에 이 비율이 평균 수준으로만 되돌아가도, 은 가격은 금보다 훨씬 높은 ‘레버리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예를 들어 금 가격이 그대로고, 금-은 비율만 80배에서 60배로 내려와도 은 가격은 단순 계산으로 33% 이상 올라야 합니다. 물론 산업 경기 침체로 은 수요가 크게 꺾이거나, 금만 단독으로 더 치솟는 시나리오에서는 이 비율이 높은 수준에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조적 공급 부족과 장기적인 그린·디지털 수요 확대라는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은이 금 대비 ‘추격 랠리’를 할 여지가 크다는 게 다수 리서치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결론

(1) 여러 해에 걸쳐 누적되는 공급 부족과 장기 생산 감소

(2) 태양광·그린에너지 전환이 만들어내는 폭발적 수요

(3) 전기차·전자·AI·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에서의 필수 소재화

(4) 인플레이션·부채·위기 국면에서 재부각되는 투자·헤지 수단으로서의 역할

(5) 금-은 비율 기준 상대 저평가와 레버리지 효과